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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58 신)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2010. 03. 01)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설날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 가족은 오랜만에 중국 연길서 조용히, 그러나 시끄러운 설날을 보냈습니다. 중국은 설날에 귀신을 쫓기 위해 폭죽을 터뜨리는 미신 때문에 하루종일 폭죽 소리로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됩니다.

학교도 많은 동역자들이 출타중이라 한가한 가운데, 이웃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함께 떡국을 먹으며 지냈습니다.

새해가 두번 있는 것이 어떨 때는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과 중국서 새해를 나누어 보낼 수도 있고, 새해에 마음을 다잡는 일을 반복하며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유익이 있는 듯 합니다. 좋아하는 떡국도 두번 먹고요.ㅎㅎ

이번 편지는, 특별한 기도 부탁을 드리기 위해 씁니다.

3월 3일 실크로드 육로 여행 대 장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여행의 의미를 생각하며 그동안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고 주셨던 마음들을 나눕니다.

                                                     (1)

얼마전, 어느 교회에서 집회를 마치고 담임 목사님과 대화하던 중, 우연히 함께 한 어떤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 제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통일문제에 관하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평양과기대 사역에 대하여도 상세히 알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이제 그 일을 그만두었다고 하니, 힘들더라도 몇년만 더 참으면 그 대학이 결국 통일 시대에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하는 대학이 될 것이 아니겠냐면서, 정치인답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며 아쉬워하였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어떻게 대답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나눈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저도 평양과기대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차 그런 역할을 감당하기 원합니다. 물론 저 역시 그동안 우리 민족의 통일과 부흥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역을 해왔습니다. 여전히 북한의 고통 당하는 백성들을 생각하며 애통한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눈길은 우리 민족의 통일과 회복을 넘어서서 이 시대 아버지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가는가 하는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혹시 바둑을 두실 줄 아느냐고 질문을 던지니, 7급을 둔다고 하길래 다시 덧붙여 말했습니다.

“바둑 둘 때, 수가 얽히고 막히면 욕심을 버리고 전체 국면을 보면서 신속히 그곳에서 손을 떼고 더 중요한 착점으로 옮겨가는 법이지요. 저의 관심사는 통일 그 자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막힌 곳이 터져나오면 물이 급히 흘러가야 하는데, 그 물길을 누군가 먼저 열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둑 이야기를 하니 그분은 금세 이해가 가는지 수긍을 하며 급히 수첩을 꺼내 저와의 대화 내용을 받아적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겸손한 분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우리가 광복을 그렇게 원했지만, 광복 이후의 일에 대하여 준비하지 못했기에 해방 이후 더 큰 혼란을 겪었던 것처럼, 통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통일과 개방이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북한이 열리고 난 이후에 우리민족이 함께 나아갈 방향은 분명히 중국을 거쳐 서쪽으로 흘러 가는 것입니다. 그 길을 미리 닦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크리스천이라면 아버지의 가장 큰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평양과기대 일을 당분간 내려놓게 되면서 하나님께 앞으로 펼쳐질 후반전 15년 사역을 어떻게 보낼까 구하는 가운데, 보여주셨던 것이 <뉴 실크로드 비전>입니다.

민족 선교의 부르심으로 조선족과 북한의 영혼들을 향한 마음으로 달려오던 저에게, 갑자기 일본 나가노를 방문하게 하셔서 민족을 초월한 복음에 대한 부담을 주시더니 곧이어 중동으로 시선을 옮기게 하시고 모슬렘과 이스라엘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깊이 배우게 하셨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이스라엘을 네번 방문하게 하시고, 이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이스라엘의 회복과 예수님의 재림에 대한 종말론적 시각으로 성경을 다시 읽게 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이방 선교와 함께, 마지막 때에 그의 택하신 장자 이스라엘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유대인과 이방인이 하나되는 한 새사람(One New Man)을 이루어야만 비로소 그리스도의 재림을 이룰 수 있음을 알게하셨습니다.

우리 민족의 분단과 통일의 문제도 하나님의 역사적 경륜 속에서 다시 재조명하게 하셨고,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 사역의 의미 역시 종말론적 시각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게 하셨습니다.

지난 2년간 모슬렘과 이스라엘을 바라보며, BaM과 CRN사역에 관하여 힘을 모으게 하심으로 이제 여러 BaM기업이 세워지고 또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향해 이미 떠나고 또 나아가고자 하는 조선족 제자들이 많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중국에서 시작하여 이스라엘까지 잇는 그 경로 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중일의 세 나라의 크리스천이 한 몸이 되어 동아시아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서쪽으로 움직여가는 동풍(Eastwind)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양에서 떠나, 이제 다시 중국과 중앙아시아와 중동과 이스라엘을 잇는...

그 여정에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 나라들이 주로 앞으로 복음이  들어 가야하는 나라들입니다. 대부분 모슬렘 국가 일뿐만 아니라, 중국 교회가 붙들고 있는 사명, <백 투 예루살렘>을 위한 경로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이스라엘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일본의 크리스천들이 한 몸이 되어 믿는 유대인과 모슬렘 형제자매들을 섬겼을 때, 유대인들의 마음이 크게 열리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것이 서로 원수되었던 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 비밀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기나긴 동면의 시간을 허락하심을 봅니다.

동아시아에서 서로 원수되었던 일본-한국-북한-중국의 형제들이 한 몸을 이루며, 실크로드를 타고 예루살렘까지 나아가는 그 길을 닦고 열기를 원합니다. 젊은 새 포도주 제자들에게 비전으로 넘겨주고, 그들이 학생자원운동(SVM)으로 BaM기업으로 나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이 CRN의 사역입니다.

저는 이번에 많은 기도와 고민 속에서 결단을 하고, 중국의 내지 여러 도시를 거쳐 중앙아시아와 중동 이스라엘에 이르는 긴 실크로드 여정을 육로로 직접 밟아보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앞으로 저희가 보낼 제자들이나 또 자라고 있는 BaM기업들이 들어가야할 그 나라들을 직접 경험해 보고, 또 만나서 교제하면서 곳곳에서 M base를 구축하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기대하는 것은, 제가 그동안 지녀왔던 수많은 선입견과 문화적 환경적 편견과 장벽을 허물고 벗어나, 복음이 들어가야할 그 나라들의 백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시각으로 내려가보는 것이며 그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더 깊이 체험하기를 원합니다.

그 여행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집중적인 기도가 필요합니다.

사도 바울의 선교 여행처럼 많은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 성령이 함께 하심으로 많은 기적과 치유의 현장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최근, 여러 신앙적인 동지들을 통해 제게 말씀하시고 깨우쳐 주신 것이 있습니다. 사역의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오순절 사역에서 요나 사역으로...

90년 코스타에서 중국과 북한이라는 화두를 받은 후, 그곳을 향해 떠나기 위해 3년간 수많은 고민과 기도 속에서 하나님과 독대하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시절, 하나님께서 여러가지 환경적인 어려움을 통해 우리 가족을 몰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선명한 한 길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그 길로 가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들어 가셨습니다. 기도와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고 그 훈련을 시키심으로 결국 연변으로 떠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더욱 포괄적입니다.
연변과기대의 사역과 평양과기대의 사역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갑자기 던지셨습니다.
전혀 내 뜻과는 무관하게 별안간 다가온 것입니다.

중국과 북한이 부분적 지역적 민족적 화두였다면, 이스라엘은 보다 근원적이고 포괄적 최종적 화두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의 때와 시기를 분별하지 않고 뛰어들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예수께서 분명히 제자들에게 명하신 것은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하여는 아버지에게 때와 기한을 맡기고 너희는 땅끝을 향해 나아가라고 명하셨기 때문입니다.

과연 지금이 그 때인가?

최근 하나님께서 깨우쳐 주신 것이 이제는 요나 사역으로 나아갈 때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내 가정과 그리고 앞으로 공동체적 사역의 변화를 원하시는데 그것은 내가 어디에 머물든지 혹은 떠나든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혼을 향한 사역의 방법과 내용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하십니다.

지난 15년의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의 사역이 마치 오순절 다락방에서 성령받은 제자들이 뛰쳐나와 이미 기다리고 모여있던 유대인들과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을 향해 복음을 선포하고 그들을 회개케하며 주께 돌아오게 하던 사역이었다면(그것을 총칭하여 <오순절 사역>이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앞으로 전개될 사역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요나처럼, 도무지 가기도 원치 않고 오히려 도망가고 싶고
원수된 자들 앞에 나가서 그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도망가다 고래뱃속에 들어갔다가 고초를 당하고 억지로 끌려가서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사역이 바로 <요나 사역>입니다.

오순절 사역은 유대적 전통의 연장선 상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것은 지금도 기존 교회의 전통과 사역적 방법과 전략과 수많은 프로그램의 연장선 상에서 시도되고 있는 모든 선교사역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요나 사역은 모든 전통과 관습과 기존의 전략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그곳은 완전한 이방의 세계요 신앙적 문화적 전통과 단절된 곳입니다. 그곳에는 고래 뱃속처럼 오직 하나님과 독대하는 단독자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곳은 어쩌면 그동안 사용하던 모든 성경공부 교재와 프로그램들과 전통적 선교 전략과 훈련이 아무 소용이 없는, 오직 독립예배자의 기도와 말씀만이 상황을 풀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야 하는 그런 곳이 될 것입니다.

실로, 연변과기대는 이미 준비된 학생들이 모여있는 마가의 다락방 앞뜰이었습니다. 그곳에 부흥이 임했으니 얼마나 놀라운 사역이 이루어졌을까? 그들은 모두 들을 귀가 열린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흥분하였고 기쁨이 충만하였습니다. 그것은 부흥의 현장이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그래서 보람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양과기대에서도 그런 부흥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의 유대인 크리스천들에게 이방인 사역이 요나 사역이었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슬렘과 유대인 사역 또한 거꾸로 요나 사역이 될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부흥의 현장과 오순절 사역을 꿈꿉니다. 오순절의 부흥을 경험했던 베드로와 예루살렘 교회 지도자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평양대부흥을 통한 오순절 부흥을 경험했던 한국 교회가 꿈꾸는 것처럼…

그러나 마지막 때에 나타날 더 치열한 전쟁은 요나사역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성령께서 깨닫게 하십니다. 우리를 무시하고 전혀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복음을 전해야 하는
그 요나의 심정을 배우기 전에는 우리가 그들에게 나아갈 수 없기에
하나님께서 이제 우리의 사역적 모드 전환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부흥의 현장이 아니라, 온갖 억울함과 오해와 고난과 핍박 속에서  우리의 순종과 십자가의 못박힘이 기다리는 곳이고
그 속에서 마침내 부활의 영광이 나타나는 그런 곳이 될 것입니다.

그 눈물과 순교자들과 피흘림 속에서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고대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마라나타의 그 고백이 터져나오는 그 곳이 바로 요나 사역의 현장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과거의 방식과 틀을 완전히 깨는 시스템 전환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고정된 의식과 전략과 방식과 태도를 부수고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요합니다.

이번 실크로드 육로 여행을 통해 그것을 깨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제 안에 있는 고정관념들, 그리고 무수한 문화적 장벽들과 편견들…

그 길목에서 아버지의 음성을 듣기를 소망합니다.

                                                     (4)

기도 제목입니다.

(1)   3-5월 실크로드 육로 여행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정확한 여정은 결정되어 있지도 않지만 보안상 말씀을 드리지 않으려합니다. 다만 12개 이상의 나라의 경계를 넘어,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순간순간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이 여행의 길잡이로 수고하실 P 선생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영적으로 민감하게 성령님의 음성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함께 떠날 12명의 일행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한국인과 조선족과 한족이 한팀으로 한몸을 이룰 수 있도록…

(2)  집에서 기도하며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두 아이를 돌보며 학교 사역을 계속 섬기는 아내 최문선을 위해.

문영(13살)과 하나(5살)에게 천사들로 호위시켜 주셔서 그 기간 안전하게 영과 육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번 여행을 방해하는 많은 공격이 예상되는데, 특별히 두 아이의 안전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연약하신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